2021.12.30 새벽에 쓴 글을 일부 수정하여 업로드합니다. 덧붙이자면 지금의 저는 분명히 책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.
나는 책을 많이 읽는다. 이 말을 하면 들려오는 "그럼 똑똑하겠네!" 나 "꼭 너같이 똑똑한 애들이 책을 많이 읽더라" 하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.
물론 똑똑해지려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저 말이 칭찬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. 하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. 그저 책이 좋았고, 그 안에 있는 것들이 좋을 뿐이다. 하필 좋아하는 책들이 흔히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인 경우가 많아서 저 말들을 굉장히 자주 들었다.
나는 '책 많이 읽는 사람=똑똑한 사람'이라는 생각 뒤에도 편견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. 물론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해질 수야 있겠지만 똑똑해지려면 책을 반드시 많이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. 똑똑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. 다만 그 기준이 다를 뿐이다. (말해두지만,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수준 차이가 난다는 뜻이 아니다. )
선생님에게 수업을 듣는 학생도, 매일 뉴스를 보는 사람도, 신문을 보는 사람도, SNS를 하는 사람도 똑똑할 수 있다. 상급자에게 지식을 전수받는 기술자도 똑똑할 수 있다. 요즘엔 교육용 게임도 대중화되어서, 심지어 게임을 하면서도 똑똑해질 수 있다. 이런 시대에 지적임의 기준을 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.
나는 '우리 아이가 똑똑해지는 독서습관' 같은 글의 제목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. 아이는 꼭 공부를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건 제쳐두더라도, 독서습관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형성이 될 수 있을까? 습관은 자연스럽게 주변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것이다. 영향을 주는 존재가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, 습관은 의도한대로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. 똑똑해지는 것에는 한 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. 무조건 이 길이 옳다며 직진을 하기보다는, 여러 길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, 걸어가기에 불편하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보고, 이 길로 가보았더니 너무 불편하다면 저 길로도 가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.
이러한 여러 편견은 아마 시험 점수로 지능을 판단하는 것과 같은 맥락을 띠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. 그저 몇 가지의 숫자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듯이, 책을 좋아한다는 단 한 가지의 특성으로 사람의 성질을 파악한다.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. 나는 그래서 사람들이 누군가의 한 면만을 보고 그 사람의 내면을 단정 짓지 않아줬으면 좋겠다. 또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똑똑해질 수 없다는 강박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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